‘의사철학자’ 야스퍼스와 <정신병리학 총론>

야스퍼스는 당시의 뇌과학 및 임상적 사례에 근거해서, 그리고 철학적 방법으로 마음의 세계에 접근하고, 정신과 의사들의 지침을 제시했다. 그가 과학적 연구에 근거하면서도, 어떤 이유에서 (흔히 자연주의 철학에 대립한다고 알려진) 현상학적 접근을 시도했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본 강의에서 얻는 소중한 공부이다.

카를 야스퍼스(Karl Jaspers) ‘실존철학’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한 독일의 철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는 대학에서 철학을 단 한 번도 정식으로 수강한 적이 없다. 야스퍼스는 하이델베르크대학에서 의학을 전공하고 정신과 병동에서 경력을 쌓다 같은 대학 철학과 교수가 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의사인 야스퍼스를 철학의 길로 들어서게 한 것은 그가 30세 때이던 1913년에 출간한 『정신병리학 총론』이다. 철학자 딜타이의 ‘설명’과 ‘이해’라는 대상 탐구방법론에 따라 내용이 구성되고, 후설의 기술현상학에 따라 정신과적 증상들이 기술, 정의, 분류된 이 책은 그 내용의 풍부함과 체계성으로 1960년대까지 의대생들의 교과서로 사용되었다. 여섯 차례에 걸쳐 수정과 증보 작업이 이루어지는 동안 이 책은 내용 면에서도 철학적인 성격이 추가된다. 이번 연구모임에서는 야스퍼스가 왜 정신의학계에서 인간의 다차원성을 반영한 ‘방법론적 다원자’로 평가되는지 『정신병리학 총론』을 중심으로 살펴볼 것이다. 참고로 야스퍼스의 주요 저서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정신병리학 총론』(1913), 『세계관의 심리학』(1919), 『철학 I, II, III』(1932), 『이성과 실존』(1935), 『죄책론』(1946), 『진리에 관하여』(1947), 『철학적 신앙』(1948), 『역사의 기원과 목표』(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