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진화와 윤리적 삶

2020.03.03 14:42

박제윤 조회 수:33

9. 진화와 윤리적 삶

Evolution and Ethical life

 

 

필립 키처 Philip Kitche / 강문석 역

 

1975년 윌슨(E. O. Wilson)은 “윤리학은 잠정적으로 철학자의 손을 떠나 생물학적으로 탐구할 때가 되었다”고 유명한 선언을 했다(Wilson 1975, p.27). 윤리학을 “생물학화하자(biologicizing)”는 윌슨의 프로그램은 자연선택의 요구에 따라 행동의 근본 준칙을 편성하도록 제안한다. 비록 그런 특별한 모험이 많은 지지자를 끌어들이지는 못했으나, 윌슨은 “윤리학이 진화와 정확히 얼마나 관련되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다시 도입했다. 최근 10년 동안, 이 질문은 진화생물학자, 영장류 동물학자, 인류학자뿐만 아니라, 적어도 잠시 손 뗐다고 생각된 공동체 구성원들에 의해서도 다루어졌다.

나의 목적은 진화와 윤리의 관계에 접근하는 두 가지 전통을 고찰하는 것이다. 먼저, 최근 분석철학에서 다양한 표준 메타윤리학적 입장들이 자연선택의 작용과 조화될 수 있을지를 논의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논의에 관여하는 철학자들은, 이전의 윌슨처럼, 자신들의 논의가 다윈의 자연선택 개념과 중대한 진화적 연관성이 있다고 본다. 하지만 윌슨의 논의와는 달리, 그들의 생물학 관련 논의가 일단 자연선택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면, 이내 멈출 수밖에 없다. 주장컨대, 이 영향력 있는 철학 운동은 진화론적 메커니즘 개념을 지나치게 협소화한다고 불평하는 인간 사회생물학보다도 더 취약하다.

다양한 분과의 저자들이 내놓은 대안 접근은 윤리의 진화에 대한 다윈의 조처를 더 밀접히 고수한다. 다윈은 󰡔인간의 유래(Descent of Man)󰡕(1871)에서 원칙적으로 인간이 아닌 동물에 현존하는 능력으로부터 “도덕감(moral sense)”이 어떻게 출현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려 했다. 그는 계보학적 연결을 목표로 삼았으며, 자연선택의 추정되는 작용을 설명해야 했다. 따라서 이런 윤리학 연구 전통은 󰡔종의 기원(On the Origin of Species)󰡕의 두 가지 커다란 공헌이라는 측면에서 특징지어진다. 한편으로, “선택론자(selectionist)”는 진화 메커니즘을 강조한다. 다른 한편으로, “계보학”은 살아 있는 여러 유기체의 상호연관성에 비추어 윤리학에 접근한다.

나는 계보학적 접근을 명확히 하려 시도하는 여러 사람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계보학적 접근의 우월성을 주장하리라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나의 관심은, 나의 특수한 소견에 있다기보다, 관련되고 때로 상호 지지되는 일군의 연구 노선에 있다. 즉, 다음 여러 논의는 전반적으로 나의 동료 계보학자들을 향해서 (대부분) 의도된 것들이다. 더욱이, 역사적 연관성을 연구할 필요성이 당연히 있으며, 결국, 선택됐다고 가정되는 형질(traits)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가질 때까지 여러분은 그것을 진지하게 자연선택에 호소하기 힘들 것이다. 철학이 진화를 수용하면서도 구체적인 생물학적, 인류학적 사항을 멀리한다면, 철학자들은 너무도 쉽게 자신들이 설명해내지 못하는 현상과 접촉하지 못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주장한 일부 쟁점들에 대해 감복할 만한 정확성을 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쟁점들을 삶의 역사와 전혀 연결 짓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우리 도덕적 실천의 “기원에 어떤 빛도 밝혀주지 못한다.”

인간 행동의 어떤 측면을 계보학적으로 설명한다는 것은, 그런 측면의 현재 형태를 출현시킨 일련의 변이들(transitions)을 구체화하는 일이다. 그런 계보학이 다윈주의가 되려면, 다윈주의 메커니즘이 그런 변이들을 발생시킬 수 있어야만 한다. 따라서 다윈주의 계보학을 제안하려면, 전형적으로 제안자가 그런 제약이 어떻게 충족될 수 있는지를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거의 불가피하게 다윈주의 계보학은 “어떻게 가능한지”를 설명함으로써 연구되는데, 그 설명은 실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가정하는 데 몰두하기보다, 구상된 변이들이 어떻게 출현해왔는지를 밝히는 가설적 설명이다. 계보학자들은 이용 가능한 증거를 통해 식별할 수 없는 여러 대안 가설들이 존재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어떻게 가능한지” 설명은 계보학의 부분이 아니라, 오히려 합당한 우려로부터 계보학을 방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보조 자료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선택론자 전통은 진화 메커니즘을 대단히 중시한다. 선택론을 이끄는 관점에 따르면, 다윈주의 메커니즘은 특정 유형의 형질 출현을 배제한다. 그리고 메타윤리의 어떤 핵심 관점은 특정 유형의 형질이 존재한다는 데 전념한다. 선택론자 전통에 생산적으로 이바지한 것은 샤론 스트리트(Sharon Street)가 광범위하게 논의한 논문, 「가치실재론(Realist Theory of Value)을 위한 다윈주의 딜레마」(2005)이다. 스트리트는 “진화의 힘은 인간의 평가적 태도의 내용을 형성하는 데 많은 역할을 했다”는 논제에서 출발한다(p.109). 그리하여 그녀는 가치실재론자가 두 가지 선택지를 갖는다고 주장함으로써 딜레마를 전개한다. 즉, 가치실재론자는, 우리의 평가적 태도가 자연선택의 압박과는 관련이 없다고 가정할 수 있든지, 아니면 자연선택이 가치 이론적 진리를 파악할 능력을 선호한다고 보아야만 한다. 전자는 지지할 수 없는 회의주의 형태에 이르지만, 반면에 후자는 하수의 과학적 (진화론적) 가설을 단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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