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생물학과 합리성 이론

2020.03.03 14:39

박제윤 조회 수:184

8. 생물학과 합리성 이론

Biology and the Theory of Rationality

 

 

사미르 오카샤 Samir Okasha / 이영의 역

 

 

서론

 

철학자들은 고대로부터 합리성(rationality)의 본성에 관해 관심을 가져왔다. 인식론의 중심은 믿음의 합리성을 평가하는 데 있고 실천철학의 중심은 행위의 합리성을 평가하는 데 있다. 이런 주제들은 흥미로운데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믿음과 행위의 합리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적합한 기준이 무엇인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종종 합리적 믿음은 “증거에 배분된다”라고 하는데 정확히 그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단순히 동일한 증거를 가진 두 사람은 그중 한 사람이 비합리적인데도 불구하고 나머지 사람이 그와 동일한 신념 상태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마찬가지로, 종종 합리적 행위는 행위자가 가장 원하는 결과를 가장 잘 낳는 신념을 반영해야 한다고 하는데, 정확히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만약 행위자가 자신에게 가능한 행위의 다른 경과들의 가능한 결과를 모른다면 어떻게 되는가? 만약 행위자가 자신에게 해로운 것을 원하면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모두 합리적 신념과 행위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직관적으로 이해하지만, 그 개념들을 실제로 분석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런 주제들에 대한 몇 가지 발전이 현대 경제학의 중심인 합리적 선택 이론(theory of rational choice)에서 나타났다. 합리적 선택 이론은, 비록 그 내용이 “빈약하긴” 하지만, 합리성 개념을 엄밀히 정의한다. 표준적 설명에 따르면, 합리적 행위자의 신념은 대안들(“세계 상태들”)의 집합에 대한 주관적 확률 함수에 의해 모형화될 수 있으며, 행위자가 새로운 증거를 얻으면 베이즈주의적 조건화(Bayesian conditionalization)에 의해 자신의 확률을 갱신한다. 행동의 경우, 합리적 행위자는 기대효용 극대화(expected utility maximization)를 통하여, 즉 행위의 가능한 결과에 대해 효용을 부여하고 자신의 확률적 믿음에 연관하여 기대효용을 극대화하는 행위를 선택함으로써, 대안적 행위 중 한 가지를 선택한다. 합리성에 대한 이런 설명은 이상화라는 건전한 장점을 갖고 있는데, 그 이유는 현실 속의 행위자는 분명한 확률적 신념을 거의 갖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코 기대효용을 의식적으로 계산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램지(Ramsey 1931)와 새비지(Savage 1954)는 행위자의 이항 선택이 매우 직관적인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그는 마치 분명한 확률적 믿음과 효용함수를 갖고 있으며 자신의 기대치를 극대화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행동한다는 점을 증명했다.

철학자들은 행위자가 자신의 신념과 행위에 대해 좋은 이유를 갖고 있으며 그 이유는 신념과 행위를 야기하는 데 있어 도구적이라는 점을 주장하기 위해 램지와 새비지보다 더 풍부한 의미에서 “합리성”을 정의한다(어떤 철학자는 이보다 더 나아가 합리적 행위자는 그 이유를 알고 있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합리성을 이렇게 이해하면, 그것은 매우 지적인 인지 능력이 필요하고, 그 결과 소수의 종만이, 아마도 오직 인간 (homo sapiens)만이 그것을 갖게 될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합리적 선택 이론의 일관성 조건(consistency requirement)을 따르는 것은 원칙적으로 “이성”은 갖고 있지 않지만, 행동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유기체는 할 수 있다. 케이스링크(Kacelink 2006)는 한 쓸모 있는 글에서 이성에 근거하여 행위를 하거나 행동한다는 의미에서의 합리성을 “PP-합리성”(“철학자와 심리학자”를 의미함)이라고 부르고 그것을 기대효용 극대화와 같은 합리적 선택의 표준적 원리들을 충족한다는 의미에서 본 “경제학자들”의 “E-합리성”과 대비시킨다.

생물학적 관점은 합리성의 본성을 해명할 수 있는가?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그럴 수 있다고 대답한다. 철학에서는 자연주의에 우호적인 사람들은 적어도 콰인(Quine 1969) 이후로 인간의 합리성은 다윈적 선택의 결과라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예를 들어, 데닛(Dennett 1987)은 “자연선택은 유기체의 신념은 대부분 참이고 그 전략의 대부분도 합리적임을 보증한다”(p.7)라고 주장했다. 최근에 스티렐니(Sterelny 2003)는 합리적 사고와 행위에 대한 인간의 능력을 지지하는 신념-욕구 심리학은 “적대적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볼 수 있다고 제안하면서 어떻게 그런 심리학이 진화할 수 있는지를 개략적으로 설명한다. 갓프리 스미스(Godfrey-Smith 1996)도 이와 비슷한 내용을 주장한다. 약간 다른 맥락에서, 스컴스(Skyrms 1996)와 빈모어(Binmore 2005)는 진화론적 고찰은, 공정성 개념과 이타주의 능력과 같은, 전통적인 합리적 선택 이론이 설명하는 데 있어서 고전하는 다양한 현상들을 해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니엘슨(Danielson 2004)은 진화와 합리성의 연관에 관한 철학적 연구에 관한 유용한 탐구를 수행했다.

심리학에서는 많은 학자가 적응 함수(adaptive function)의 문제에 초점을 두면서 인간 인지와 의사결정에 대한 다윈적 접근을 지지해왔다. 기거렌쩌와 그의 동료들은 전통적인 합리적 기준에 따르면 결함으로 보이는 인간 인지의 많은 측면이 특정한 환경에서는 적응적 행동을 낳을 수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그것들은 “생태학적으로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노선에서 함머스타인과 스티븐스(Hammerstein and Stevens 2014a)는 최근 논문, 「의사결정에서 진화를 언급하는 여섯 가지 이유」에서 합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전통적인 공리적 접근 대신에 진화론적 접근을 통해 의사결정을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또한 이상화된 이론에 따라 무엇이 “합리적”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적응적인지를 고려하는 것이 어떻게 인간이 실제로 의사결정을 하는지를 더 잘 해명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진화심리학자인 코스미데스와 투비(Cosmides and Tooby 1994)도 이와 관련된 주장을 했는데, 그들에 따르면 마음은 “합리적인 것보다 더 나은” 행동을 가능케 만드는, 특정 과제들에 맞춰진 진화한 “모듈(modules)”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분야에 관한 유용한 탐구로는 기거렌쩌와 셀텐(Gigerenzer and Selten 2001)과 함머스타인과 스티븐스(2014a)가 있다.

다윈적 기반에서 동물 행동을 연구하는 행동생태학에서는 합리성 개념이 흥미로운 역할을 한다. 비록 이 분야는 주로 인간이 아닌 동물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종종 합리적 선택 이론에서 모형과 개념을 빌려와서 그것을 생물학적으로 결합한다. 전형적으로 이런 결합에는 효용함수를 생물학적 적합도 함수(fitness function)로 해석하고 극대화의 주제는 합리적 행위자가 아니라 자연선택으로 보는 것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최선의 먹이 찾기 모형은 종종 먹이를 찾는 동물은 합리적 베이즈주의적 행위자처럼 행동하고 새로운 정보를 얻으면 자기 “신념”을 갱신하고 적합도 극대화 전략을 선택한다(Houston and McNamara 1999). 이와 유사하게 메이나드 스미스(Maynard Smith 1982)는 유명하게도 동물들 간 사회적 소통을 설명하기 위해 고전 게임 이론의 개념을 사용하여 생물학적 게임 이론(biological game theory)이라는 영역을 창시했다(아래 참조). 종종 “초인간적” 이성 능력을 가정한다고 비판받아온 합리적 선택 모형들이 오직 제한된 인지 능력만을 지닌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는 데 매우 쓸모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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